글
1. 2001 AL CYA
약쟁이 로져클레멘스가 21세기 가져간 첫 번째 사이영상은 2001년이었다. 당시 로져클레멘스는 20승 3패 방어율 3.51로 사이영상을 가져 갔다. 그런데 클레멘스는 과연 2001년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였나? 답은 결코 아니었다.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멀더보다도 못했으며, 3위를 기록한 가르시아에는 한참 못 미치는 투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클레멘스는 압도적이 표차이로 6번째 사이영상을 가져간다. 이는 왜 그런것일까? 당시 20승을 기록한 투수는 3명이었다.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레멘스, 멀더, 모이어 3명이 20승을 기록했는데 클레멘스는 이 중 승률이 가장 좋았다. .870이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한 것이 사이영 투표에서 유리하게 작용했고, 그 결과로 그는 사이영상을 가져 갈 수 있었다. 당시 투표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투수를 뽑는 기준은 다승과 승률 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2001년 최고의 투수는 가르시아였다.
2. 2004 NL CYA
다시 로져클레멘스를 언급할 수 밖에 없다. 그가 내셔날리그에서 가져간 첫 번째 사이영상은 언제나 화두의 중심에 있다. 이는 2001년과 비교하면 더욱 논란에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랜디는 클레멘스를 모든 스탯에서 압도 했다. 하지만 다승과 승률에서만 유일하게 뒤쳐졌다. 그런데 결과는 클레멘스의 압승이었다. 32명의 기장 중 23명이 클레멘스에게 1위표를 던졌으며, 랜디는 고작 8명에게 밖에 1위표를 받지 못했다. 아직도 사이영상 투표에 있어서 다승과 승률이 유리하게 작용 하고 있는 듯 하다.
1번과 2번의 예를 들면 클레멘스에 한정해서 기자단이 표를 던졌다는 의심을 살 수 있기에 다른 예를 긁어 와봤는데 그 예가 200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투표다. 일단 클레멘스는 없다. 클레멘스급의 인지도를 보여주고 있는 투수 또 한 없다. 그 상황에서 역시 콜론은 다승과 승률에서 산타나에 앞서서 사이영을 가져간다. 특히 그 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산타나는 클로져 리베라에게 마저 밀리는 수모를 겪고 만다.
4. 2007 AL CYA
혹시 20승이라는 상징적인 수치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표를 던진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볼 수 도 있다. 적절한 예라고는 할 수 없지만 20승 투수를 앞지른 19승 투수가 하나 있는데 2007년 아메리칸리그의 씨씨다. 씨씨는 베켓보다 단 1승 모자라는 19승을 기록 했다. 그리고 모든면에서 그는 베켓보다 나은 피칭을 펼쳤다. 시즌 전 씨씨,래키,베켓,카모나 이 4명의 투수에 관한 사이영 논쟁이 벌어졌으나, 결과는 싱겁게고 씨씨의 압승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 시점부터 기자단 투표 기준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본다. 20승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표를 던지지 않고, 이닝이나 완투, 혹은 그 외 다른 스탯들이 영향을 준다고 말이다. 하지만 2007년은 사실 이런것들을 봤어야 했다. 4명의 투수가 너무 미묘하게 스탯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다른 스탯을 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5. 2009 NL CYA
2009년 내셔날리그는 사실 그 결과가 아주 박빙이라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전통적인 방식의 다승 승률 중시였다면, 웨인롸잇이나, 카펜터에게 표를 던졌어야 한다. 하지만 카펜터는 이닝에서 많이 부족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웨인롸잇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 했다. 20승이라는 수치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9승이었고 방어율 차이도 린스컴과 얼마 나지 않았으며 승률도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1위표를 더 많이 받고도 린스컴에게 사이영을 내주고 만다. 나는 이 결과를 보고 예전에 다승, 승률 중심의 기준에서 다른 스탯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도기 단계에 있다고 해석했다. 이닝은 웨인롸잇이 많았지만 이닝이팅 능력은 린스컴이 조금 더 좋았고, 삼진능력에서 린스컴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완투도 린스컴은 웨인롸잇보다 3개를 더 많이 기록했다.
6. 2010 AL CYA
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2010년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다. 킹펠릭스는 역대 최저승인 13승으로 사이영상을 가져갔다. 그리고 2009년 내셔날리그처럼 박빙의 승부를 보인 것이 아니라 28개의 1위표 중 21개를 가져가는 압승을 거두었다. 킹은 21승을 기록한 씨씨보다 다승이 떨어졌으며, .760을 기록한 데이빗 프라이스의 승률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520의 승률만 기록 했을 뿐이다. 만약 10년이라면 씨씨와 프라이스가 1위 대결을 했을 것이지만 2010년에는 그러지 못했다. 명백히 9년 2001년 아메리칸 리그의 사이영상 기준과는 바뀐 것이다.
6개의 예를 한 번 살펴봤는데, 과거에는 다승과 승률이 중시 돼는 경향이 심했다. 그리고 이것이 조금씩 완화되는 과도기를 거쳐서 방어율이나, 이닝, 이닝이팅과 같은 다른 요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 하게 됐다. 과거의 투표결과에도 논란이 있으며, 지금의 투표결과에도 분명히 논란거리는 존재한다. 어떻게 13승밖에 기록하지 못한 투수가 그 해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냐? 라고 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 잘 생각해보자. 과연 다승이 투수를 평가 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는 지를. 한 투수가 올라와서 6이닝 3실점을 하고 내려갔는데 팀은 4점을 내줘서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다른 한 투수는 9이닝 1실점 완투를 했지만 팀이 0점을 내는 바람에 패전을 기록 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누가 더 좋은 피칭을 한 투수인가? 당연히 후자의 투수가 더 좋은 피칭을 한 것이고 더 좋은 투수다. 투수는 결코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냥지지 않게 타자들을 도와줄 뿐이다.
자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변화가 바람직하냐고 물어봤을 때 나의 대답은 당연히 YES다. 사이영상은 그 해 가장 뛰어난 피칭을 한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이것은 나만이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뛰어난 투수는 팀의 공헌도에 따라 선정 되야 한다. 아까 했던 말을 인용해서 보자면 투수는 팀을지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최고의 공헌도다. 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다. 그냥 많이 던지고 점수를 적게 내주면 된다. 그러면 타자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결국 많이 던지는 능력(이닝과 이닝이팅)과 점수를 주지 않는 능력(ERA, ERA+)이 투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잣대라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다.
- 투수상을 제정할 시기에 사이영이 죽어서 사이영상이 됐다는 말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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