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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져리그 팬들에게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오랫동안 논쟁거리이자 흥미거리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그 중심에는 버트블라일레븐이 있었지만 그는 보름 전 쿠퍼스타운에 입성했다. 그리고 버트블라일레븐 만큼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가 한명 있으니 그가 바로 커트실링이다.
확실하면 논쟁이 되지 않는다.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애매하기 때문에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다. 버트가 논쟁이 됐던 것은 300승을 달성하지 못한 2%부족한 그의 커리어 때문이었다. 커트실링도 마찬가지다. 커리어상으로는 결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존스몰츠와 함께 포스트시즌에서 미친 활약을 했던 빅게임 피쳐였다. 그리고 단기간에 임펙트는 그 시대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실링보다 더 뛰어났던 랜디존슨에 막혀서 사이영상을 수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럼 커트실링이 과연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투수는 300승 타자는 3000안타 또는 500홈런이라는 절대적인 수치가 명예의전당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현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투수중 300승을 넘긴 투수는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간신히 입성한 버트블라일레븐은 바로 21위다. 그는 결국 300승을 달성하지 못해서 그렇게 오랜기간 동안 투표에서 물을 먹은 것이 아니라 임펙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트실링의 216승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실링보다 많은 시즌을 보내보고 실링보다 적은 승수로 입성한 투수는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실링의 216승이라는 수치는 그를 명예의 전당으로 이끌 수치는 절대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기준에도 살짝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실링은 다른 면으로 어필을 해야한다.
실링이 사이영투표에서 2위를 두 번 기록했다. 두 번은 역사상 최고의 좌완이라고 불리는 랜디존슨의 벽에 가로 막혔고, 한 번은 페드로의 재림이라는 산타나의 후반기 때문이었다. 사이영 2위 기록이 뭐가 중요하길래 이 얘기를 언급했냐고 물어보면 나는 할 말 없다. 1위에게 관대하고 2위에게 야박한 세계이기에, 하지만 실링의 사이영 투표 2위 3번은 다른 것과는 다르다. 아니 조금 특별하다. 2001년을 제외하면 2002년과 2004년인데 2002년이 너무 억울할 것이다. 2002년 처음 두달만에 10승을 쓸어담으면서 실링이 그 전해에 랜디에 막혀 받지 못한 사이영상을 드디어 받는게 아닌가 하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실링이 과연 30승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한달 때문에 사이영상을 랜디에게 만장일치로 내주고 만다. 시즌 내내 스포트 라이트는 실링이 받았고 상은 랜디가 가져간 것이다. 2002년만큼은 아니지만 2005년도 전반기만 해도 실링이 가장 뛰어난 투수였다. 하지만 산타나가 외계인 모드로 전환하면서 또 만장일치로 산타나에게 사이영상을 내주고 만다. 실링은 사이영상 투표 2위를 한 3번중 2번을 실질적으로 사이영상만큼의 임펙트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받지는 못했지만 다른 2위와는 차원이 다른 2위인 것이다. 사이영상은 없지만 사이영상이 없는 것이 그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빅게임피쳐라고 불리는 커트실링의 포스트 시즌 스탯이다. 11승 2패 방어율 2.23, 그리고 게임당 7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팅 능력까지. 2001년 디백스에서는 절정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이만큼 보여준 투수는 존스몰츠만이 유일하다.(포스트시즌 최다승인 앤디페팃은 방어율이 3.83이며 게임당 이닝도 6이닝을 살짝 넘는 수치다. 물론 이닝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실링이 얼만큼 포스 있는 포스트시즌을 보냈는지는 어느정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수치는 매덕스도 기록하지 못했고, 페드로도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발목을 두 번 잡았던 랜디도 하지 못한 것이다. 실링은 부족한 커리어 승을 포스트시즌의 활약으로 충분히 만회 할 수 있다.
베이스볼 리퍼런스에서 실링과 가장 유사한 커리어를 쌓은 투수를 케빈브라운, 밥웰치, 허샤이져, 존스몰츠 등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실링과 가장 잘 비교할 수 있는 투수는 이들 중 약물 의혹만 없었다면 케빈브라운이다. 하지만 약쟁이와는 비교할 수 없기에 존 스몰츠와 비교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몰츠는 클로져로 외도를 하긴 했지만 쌓은 커리어와 임펙트, 그리고 빅게임피쳐라는 닉네임등 유사한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가지 다른점은 실링은 외로운 에이스 시기를 오래 보냈지만 스몰츠는 애틀란타에서 매덕스, 글래빈이라는 든든한 1, 2선발이 존재했기에 에이스의 압박감에서 다소 자유로웠다는 점 일 것이다. 하지만 스몰츠 성격상 오히려 그 둘이 없었다면 커리어가 더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비교하기에 딱이긴 한데 문제는 스몰츠도 아직 실링과 마찬가지로 투표를 기다리는 입장이기에 제외하면 오렐허샤이져 정도가 실링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실링과 비교해서 승수는 다소 떨어지지만 59이닝 연속무실점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고, 사이영상 또 한 가지고 있다. 실링처럼 팀을 3번 우승시키지는 못했지만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결과는 첫 해 11.2%, 두 번째 해 4.4%로 탈락했다.
승수는 조금 부족하고, 단기간에 임펙트는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사례의 투수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좋지 못한 결과로 떨어졌다. 참으로 애매한 커트실링이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타고투저의 시대였든, 투고타저의 시대였든, 그것이 명예의 전당 기준을 바꿀 수는 없다. 명예의 전당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선수들을 기리기 위한 곳인데 그것이 시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절대적인 기준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심하게 공감이 가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한 기자는 이렇게 말을 했다. ‘ 나는 수치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 리그를 지배했는가에 표를 던진다.’ 이말은 내가 약 7년 전에 들었던 말이며, 누군가와 명예의 전당에 관해 얘기할 때 인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참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배를 했느냐 안했느냐? 그 판단은 다수에게 맡기겠지만 나는 실링이 리그를 지배했다에 표를 던지고 싶다.
<Real RedS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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