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위대한 투수 - 그랙매덕스, 랜디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져클레멘스 - 가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은 지났다.[각주:1] 그리고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존 스몰츠, 케빈 브라운, 톰 글래빈, 커트실링 등도 모두 은퇴하고, 새로운 투수들이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이 도래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21세기 투수 최고의 시즌을 뽑아 보고자 한다. 

5위 - 2004년 요한 산타나




 20승 6패 방어율 2.91 whip 0.92 228이닝 265K 54BB 1완투 조정방어율 182
 
 산타나는 휴스턴에서 룰5 드랩으로 미네소타로 넘어 갔다. 좌완 파이어볼러 였지만 단지 공만 빠른 투수였기에 휴스턴에서 그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산타나는 룰5 드래프르토 인해 미네소타로 넘어 갔고, 미네소타에서 체인지업을 장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200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만장일치로 차지하게 된다. 처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처음 두 달 동안 산타나의 방어율은 5점대를 기록 했다. 하지만 6월부터 페이스를 끌어 올리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달에는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게 된다. 비록 2004년 디비젼 시리즈에서 팀은 양키스에게 지면서 떨어지고 말았지만, 산타나는 양키스를 상대로 완벽하게 막았다. 이제부터 산타나의 2004년이 왜 그리 대단한지 한 번 살펴보겠다. 가장 눈에 띄는 스탯은 윕이다. 윕은 0.92를 기록했는데 이 는 단일 시즌 역대 50위에 랭크되는 기록이다. 그런데 50위 가지고 뭔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 있는데, 산타나보다 더 좋은 윕을 기록했던 투수들의 절반이 1920년 이전에 기록한 투수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산타나보다 더 좋은 윕을 기록했던 투수들중 알만한 투수들은 2004년 랜디, 94년 매덕스, 그리고 단일시즌 1위 2000년 페드로 단 3명뿐이다. 산타나의 기록한 0.92이라는 수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최근 20년을 봤을때, 페드로 이 후 최고기록인 것이다.[각주:2] 2004년 후반기의 산타나가 페드로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이 말은 뻘로 들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완투가 하나 밖에 없다는 점이 5위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본다. 게임당 이닝은 6.7이닝으로 아주 좋은 편이지만 완투가 하나 밖에 없기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4위 - 2008년 클리프 리
 



 22승 3패 방어율 2.54 whip 1.11 223.1이닝 170K 34BB 조정방어율 168

 클리프 리는 엄청난 스터프를 가지고 있는 투수는 아니다. 포심 구속은 로우90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심한 부상 이후에는 사람들을 기대치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클리프 리가 딱 그런투수였다. 2005년 18승5패 3.79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200이닝을 돌파했을때의 클리프 리는 드디어 하고 기대를 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2007년 부상으로 97이닝 밖에 던지지 못하고 그가 2008년 돌아왔을때 아무도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클리프 리는 시즌 시작하자마자 5게임 등판해서 5승을 쓸어담았고, 1번의 셧아웃과 함께 37.2이닝 동안 자책점은 4점만을 내줬다. 그리고 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 클리프 리는 할러데이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클리프 리가 사이영상을 거머쥔 원동력을 어떤것이었을까? 갑자기 구위가 좋아졌던 것일까? 답은 클리프 리의 제구력이었다. 클리프 리는 원래 제구력이 좋았던 투수였다. 그런데 이 제구력이 더 좋아졌던 것이다. 9이닝당 볼넷이 1.4에 그쳤고,[각주:3] 홈런은 0.5에 불과하다. 실제로 클리프 리의 투구영상을 보면 모든 구질의 공을 클리프 리가 넣고 싶은 곳에 던진다. 포심,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을 모두 원하는 곳에 꽂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팀메이트였던 씨씨의 98마일 포심따윈 없어도 그가 최고의 좌완투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톰 글래빈 이 후 최고의 제구력을 가진투수 클리프 리, 그리고 스몰츠,실링 이 후  최고의 빅게임피쳐 클리프 리, 올시즌 필리스에서의 활약을 한 번 기대해 본다.

3위 - 2009년 잭 그레인키



 16승 8패 방어율 2.16 whip 1.07 229.1이닝 242K 51BB 조정방어율 205 

 로열스의 꽃미남 왕자 그레인키의 2009년 시즌을 3위로 선정했다. 2009년 킹과 함께 사이영상을 두고 누가 받을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25:2의 압도적인 표차이로 수상했다. 킹이 받아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킹보다는 조금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는 나도 동의하기에 그레인키의 수상에 납득은 갔다. 앞서 클리프 리는 모든 구질의 공을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 있다고 얘기 했는데 그레인키는 그 점과는 조금 다르게 모든 구질을 자신이 원하는 구속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예를 들어 97마일 포심, 80마일 커브, 92마일 포심, 그리고 마지막에 60마일대의 커브, 클리프 리가 글래빈이라면 그레인키는 매덕스 능력을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야구를 그만두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다시 재기해서 사이영상을 거머쥔 그레인키, 이제는 로열스의 왕자가 아닌 밀워키의 에이스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작년에는 뭔가 동기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의 그레인키였는데 올 해는 확실히 달라지리라고 확신한다. 

2위 - 2010년 로이 할러데이



  21승 10패 방어율 2.44 whip 1.04 250.2이닝 219K 30BB 조정방어율 165

 현존 하는 최고의 투수 로이할러데이의 2010년을 2위로 선정했다. 할러데이를 얘기할 때는 이닝과 완투를 빼먹고 얘기 할 수 없다. 2010년에도 33게임 나와서 250.2이닝을 던졌고 9게임을 완투했다. 할러데이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9개의 완투를 연속으로 기록했는데, 이는 클리프 리와 산타나의 커리어 완투숫자를 합친것보다 하나 적다. 그리고 할러데이의 커리어 완투가 58개인데 산타나,클리프 리, 그레인키의 커리어 완투숫자를 합친 것 보다 18개나 많다. 할러데이는 완투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메이져리그 투수다. 오로지 할러데이 뿐이다. 게일로드 페리, 페드로 마르티네스, 랜디존슨, 로져클레멘스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양대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할러데이, 뜬금없이 이것을 언급한 이유는 페리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아마도 갈 것이다. 그리고 랜디는 첫 해 역대 최다 득표율을 노리는 선수다. 클레멘스는 약물때문에 못간다. 내가 이들을 언급한 이유는 할러데이는 지금 그들이 있는 곳, 또는 그들이 갈 곳인 명예의 전당을 향해 달려 나가는 투수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였다. 할러데이는 현역 투수중 명예의 전당행 확률이 가장 높은 투수다. 아직 할러데이가 이루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 이루지 못한 것을 꼭 올 해 이뤘으면 좋겠다. 그의 동료인 로이 오스왈트, 클리프 리, 콜 하멜스와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1위 - 2001년 랜디 존슨



 21승 6패 방어율 2.49 whip 1.00 249.2이닝 372K 71BB 조정방어율 188

 지금까지 현역선수들을 얘기하다가 랜디를 갑자기 끌어 들였는데 이건 반칙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랜디가 내셔날리그 사이영상 4연패를 하던 기간 중 2년이 21세기에 걸려있는걸. 애초부터 이건 랜디를 1위로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그리고 1위를 랜디의 2001년으로 할 지 2002년으로 할 지 고민만 했을 뿐이다. 2002년이 조정방어율과 이닝 방어율 승률이 더 좋다. 대신 2001년은 단일 시즌 삼진 2위인 372K를 기록했던 해이며, 디백스가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던 해 이기도 하다. 그래서 2001년을 선정했다. 투수의 삼진만큼 투수에게 가장 희열을 느끼는게 또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사이영상 5개 ( 역대 2위) 양대리그 사이영상, 월드시리즈 우승, 그리고 300승까지, 투수로서 모든 것을 이루고 떠나는 랜디에게는 이제 남은 건 명예의 전당에 과연 몇%로 입성 하느냐 밖에 남지 않았다.
  1. 로져클레멘스는 약쟁이. [본문으로]
  2. WHIP 라는 스탯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0점대는 대단하다는 것은 안다. [본문으로]
  3. 2010년 9이닝당 볼넷은 0.8 경이로운 수치다. [본문으로]
by 운영의유희 2011. 6. 7.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