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때였는지 아니면 2학년이었는지 사실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그때부터 대가리라는 친구와 사 모으기 시작해서 홍콩영화 비디오만 300개정도 모은 기억이 난다. 홍콩영화는 중국에 반환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나는 홍콩영화의 인기와는 반비례로 비디오를 사모으는 시대의 역행하는 짓을 몇 년 동안 저질렀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름다운 추억인 것 같다. 지금은 저 많은 비디오중 30개 정도만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버렸다. 솔직히 버릴 때 울컥하면서 예전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딴 생각은 단 1초도 생기지 않았고 드는 생각은 아 힘들어 미치겠다 뿐이었으니 참 슬프다. 아무튼 내 얘기는 해봤자 재미도 없으니 이쯤에서 접고 그 시절이 아닌 더 예전 인기 많았던 홍콩여배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몇몇을 소개해보기로 하는 시간을 이번에 가져볼까 한다. 참 쓸데없는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렇게 예전 추억을 꺼내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1. 장민 
 



<대소비도>
 
 필자가 순전히 개인적인 팬이기 때문에 첫번째로 그녀의 이름을 거론했지만, 사실 국내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거나 많이 언급이 된 배우는 아니었다. 필자는 그저 대소비도에서 굉장히 '어필'하는 그녀의 외모를 보고 어린 마음에 그녀의 '빠'가 되었다. 그리고 국내에 나온 모든 영화를 다 봤는데 대충 한 30편 정도 된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주성치 영화였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할 수 없지만 약 1/3정도가 주성치의 작품이라고 기억한다. 장민 때문에 주성치를 추종하는 사람이 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싶다.[각주:1] 주성치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몇 가지 언급하자면 장민 같은 경우에는 주성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장민은 주성치의 "도성"에서 단발머리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졌다. 또한 그밖에 주성치의 여러 작품에서 호평을 얻어 유명세를 탔다. 주성치와 함께 하지 않은 작품 중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정전자, 소오강호, 의천도룡기 정도일 것이다. "정전자"에서는 주윤발의 아내로 30분 정도 출연하며, "소오강호"에서는 임영영으로 나온다.(동방불패에서 관지림이 했던 역할) 그리고 "의천도룡기"에서는 1인 2역을 하는데 장무기의 어머니님 은소소와 장무기의 그녀 조민이다. 극 중 장무기 이연걸이 소소에게 우리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그건 당연한 말이다. 1인 2역이니깐...
 은퇴를 한번 하고 여러 사업을 하다가 다시 컴백했다는 말을 들은지 한 5년정도 지난 것 같은데 별 인기를 못 얻은건지 아니면 내가 관심이 없는 건지.(후자쪽에 좀더 가깝지만 사실 장민이 복귀한 모습을 그다지 보고 싶지 않다.) 그냥 예전의 아름다웠던 장민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양채니



 <양축>

 동사서독에서 아무 대사없이 왕조현 대신 나와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고 영화에서 사라져 아쉬움을 많이 더했던 양채니도 90년대 인기를 많이 끌었던 홍콩여배우 중 한명이다. 그녀는 대만 출신이다. 처음에 이름을 알린게 곽부성의 뮤직비디오였다. 그리고 스트리트파이팅에 나와서 아주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후 양채니는 인생의 아주 중요한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양축"이다. 양산백과 축영대의 스토리인데[각주:2] 이 영화에서 양채니는 아름답고 깜찍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었다. 그 이후부터 그녀는 승승장구였다. 발표한 앨범은 아주 '대박'이 났다. 차기작으로 찍은 "탈출", "타락천사", "모험왕", "신투첩영"등은 호평가를 받았다. [각주:3] 한국에서는 CF까지 찍었다. 아마 여우와 관련된 음료 광고였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양채니의 역작이라고 평가하는 "자소"라는 영화를 '유가령'과 찍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돌연 은퇴를 했다. 정상에 있을때 갑자기 연예계를 떠나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연예계 복귀를 선언하고나서 촬영한 작품이 성룡의 "신폴리스 스토리"였다. 조금 늙었지만 그래도 예전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었다.

3. 왕조현


 <천녀유혼>


 사실 그녀는 내가 아니라 같이 비디오를 모으던 '대가리'라는 친구가 좋아했던 배우다. 중화권 여배우 중 한국에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 중 한명은 확실하므로 되짚어 볼만한 가치는 있다. "천녀유혼"이라는 희대의 작품 때문에 왕조현은 많은 인기를 얻었긴 하나, 이후 다소 힘든 삶을 살았다. 일단 대만출신인 그녀는 큰 키가 증명하듯 농구부 출신이다. 몸매는 뭐 워낙에 탁월하니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조각 같은 외모 때문에 몸매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87년작 천녀유혼의 성공에 가려 그녀를 천녀유혼으로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정전자"를 비롯해서 썩 괜찮은 영화가 많았다. 하지만 천녀유혼 에서의 인기 덕택에 그녀는 1년에 10편의 영화를 찍는 강행군을 했고 주로 현대극보다는 시대극을 더 많이 찍게 되었다.[각주:4] 사실 그녀의 외모는 내가 생각하기에 "천녀유혼", "청사", "신유성호접검" 같은 사극 보다는 성룡의 "시티헌터"나 "정전자"에서 더 빛이 난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점이 너무 아쉽다. 몇 년전 그녀의 살찐 모습이 공개되어 많은 왕조현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었지만 그들이 기억해야할 왕조현은 그 살찐 왕조현이 아니라 천녀유혼시절의 '여신' 왕조현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4. 주인



 <서유기 - 선리기연>

 2010년 여름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이 15년 만에 재개봉했다.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주저없이 뽑는 "서유기"가 재개봉 했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역시나 '대가리'라는 친구도 가길 원했고 우리는 각자 서울로 올라가서 영화를 보고 다시 헤어졌다.)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서유기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주인이 있었다. 주인은 나와 대가리가 여배우에 대해 갖는 공통 분모중 하나다. 단, 각자 반한 작품은 다르다. 나는 "94사조영웅전" 에서 '황용'으로 나왔을때 좋았고 대가리는 "서유기 선리기연"에서 빠져들었다. 어쨌든 그녀의 매력은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 안타깝게도 주인의 대표작은 그 두 작품이 전부지만 말이다. 하지만 94사조영웅전과 서유기만으로도 그녀를 탑스타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5. 임청하

<동방불패>

 
 어쩔 수 없이 언급을 하긴 해야할 것 같아서 임청하를 꺼내긴 했는데 난 임청하에게 매력을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동방불패"에서 중성적인 매력이 매력일 수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나에겐 아무런 어필도 되지 않았다. 임청하 제1의 전성기를 내가 못봐서 그런것일 수 도 있기에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다. 잠깐 동방불패 얘기를 하자면 동방불패는 원제가 "소오강호2 동방불패"이다. 그러니깐 동방불패만 봐서는 이해 안가는 장면들, 예를 들면 관지림과 이연걸의 관계라던지 임청하가 이연걸을 처음만나는 장면에서 이연걸은 모르는데 임청하가 알고있는듯한 표정들이 소오강호를 보면 모든게 이해 간다. 임청하 얘기는 내가 별로 할말이 없고 동방불패 이 후 영화에서 승승장구 했으며 연기력도 인정받았고 인기도 얻었기에 임청하는 모든걸 다 이뤘다고 표현해도 무리 없을 것 같다.

6. 구숙정



<의천도룡기>

 케이블에서 의천도룡기만 방송해주면 검색어 순위에 "의천도룡기2"와 "의천도룡기 소소"가 검생어에 오른다. 그 깜찍한 소소의 주인공이 구숙정이다. 구숙정은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스홍콩에 나갔지만 성형수술한 것이 걸려서 중도에 하차하고 에로물을 찍었다. 그리고 언더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오버로 올라왔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그녀의 연기력이 많이 저평가 됬지만 에모물로부터 쌓은 연기력을 대단핟. 구숙정은 일단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나온다. 그리고 왕정감독과 인연도 뗄수가 없다. 왕정영화 상당수에 그녀가 출연했다.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구숙정은 가끔씩 생각날 것이다.

7. 장만옥

<신용문객잔>

 미스홍콩에 입상하면서 성룡의 폴리스스토리에서 성룡의 여자친구로 등장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장만옥의 7번째 주인공이다. 나는 장만옥을 꽃 같이 아름다운 배우로 분류를 하지 않는다. 그냥 이상하게 끌리고 묘한 매력이 있을뿐이다. 첨밀밀에서도 그냥 보는내내 '예쁘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볼수록 괜찮네' 이런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당시에 같이 활동 했던 여배우들중 가장 오랫동안 탑의 자리에 있는 여배우다. 열혈남아에서는 청순가련한 여성으로, 대소비도에서는 코믹한 배우로 그리고 화양연화에서는 차가운 여성으로 모든 역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장만옥, 연기자로서는 만점이다.

8. 엽온의


<대소비도>

 국내에는 글로리아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배우 엽온의, 성룡의 "미라클"에서 꽃 장사를 하는 어머니의 딸로 나왔는데 그 모습은 천사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엽온의가 나이 먹은 모습은 솔직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엽온의이 경우는 "미라클", "공작왕", "신조협려"등의 영화도 히트였고, 가수로서도 잘나가던 시절에 너무 일찍 결혼을 해서 참 아쉬운 배우다.[각주:5] 결혼만 아니었더라면 전성기를 더 누릴수도 있었으며 귀여운 마스크로 동아시아 탑스타 자리도 오를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 그저 아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배우다.

9. 종초홍



<가을날의 동화>
 
 종초홍의 경우 외모로 항상 탑3에 들어가는 여배우다. 하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은 종초홍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그다지 많다. 왜냐하면 홍콩영화가 국내에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와 그녀의 전성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그녀의 서구적인 마스크는 국내와는 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초홍은 항상 언급이 된다. 그녀의 작품중 나는 "가을날의 동화"와 "종횡사해"(은퇴작)를 봤는데 그냥 별 느낌 없었다. 종초홍을 잘 아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자면 '미스홍콩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그녀지만 연예계 데뷔후 그녀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했던 배우이다. ' 라고 한다. 

10. 관지림
 

<동방불패>


 사진은 동방불패 캡쳐사진이지만 관지림이라는 이름을 알린 영화는 이연걸과 함께 출연한 "황비홍"이었다. 아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초기에는 성룡영화에서 이름을 알렸었다. 그러나 역시 관지림은 국내에서는 황비홍으로 통할 것이다.


ps - 홍콩 여배우편은 여러편으로 나누어서 여러명을 언급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메인급이며 다음부터는 약간 덜 알려진 여배우 위주로 가겠습니다. 


  1. 주성치와 가장 많은 영화를 찍은 배우는 21편찍은 오맹달이며 장민은 성규안과 함께 12편으로 공동2위다. [본문으로]
  2. 2년전 중국 여행을 갔을때 양산백 축영대 이야기와 관련된 관광지를 갔었다. 강남 쪽인데 아마도 소주 근방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양축에서 같이 연기한 오기륭과 다시 화월가기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이건 좀 안습이었다. 양축에서 두명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화월가기를 아무리 잘만들어도 평가를 못받았을 것이다. [본문으로]
  4. 당시 홍콩의 잘나가는 배우라면 흔히 있는 일이었다. 주윤발은 1년에 12편인가를 찍었다. [본문으로]
  5. 1남 1녀를 낳고 이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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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영의유희 2011. 6. 7. 22:16